2015년 3월 16일 월요일

기업문화 바꾸는 게 한국 기업의 당면과제다


기업문화는 일시적 유행일까? 세대교체일까? 요즘 끊임없이 고민하는 주제이다. 권위주의적 조직문화에 익숙한 베이비붐 세대가 지도층이 되고, ‘인터넷 네이티브’ 내지 ‘모바일 네이티브'인 밀레니엄 세대가 빠르게 주력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달리 밀레니엄 세대는 ‘권위’를 모른다. 개방, 협력, 창의… 이런 것이 이들의 키워드다. 이렇다 보니 어느 조직이든 문화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물론 옛날에도 세대 갈등은 있었다. 그러나 각종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면서 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와 이들한테 배워야 하는 기성 세대 간 격차는 어느 때보다 커졌다. 베이비붐 세대와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 낀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들도 폭탄주 충성주 마시며 일을 배웠다. 밀레니엄 세대와 윗 세대는 생각도 다르고 일하는 방식도 다르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는 게 어느 조직에서든 당면과제로 등장했다.

특히 한국이 그렇다. 여전히 ‘갑질'이 사라지지 않았고 어느 조직이든 ‘꼰대'들이 이래라 저래라 야단을 친다. 나 역시 이런 꼰대 중 하나가 아닌가 끊임없이 자문한다. 기업 뿐이 아니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부르짖지만 사무관만 돼도 목에 빳빳하게 힘이 들어가고 “장관님"이 등장하면 다들 일어나 고개를 숙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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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영화 테크 페스티벌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2015’. 지난 13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막됐다. 낮에는 여러 호텔에서 듣고 싶은 강연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밤에는 네트워크 파티가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오늘은 전시회까지 시작돼 분위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오전에 전시장을 둘러보고 오후에 강연 하나를 들었다.

‘기업문화, 일시적 유행일까? 세대교체일까?’ 이것이 강연 제목이다. 컬처IQ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그레그 베스너(Greg Besner)란 사람이 강연을 했다. 사회 주력계층이 베이비부머에서 밀레니엄 세대로 바뀜에 따라 기업문화가 확 달라진다, 큰 도전과제로 등장했다,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 이런 얘기였다.

영어가 짧아 강연 내용을 깔끔하게 정리하진 못하겠고 베스너가 어제 ‘엔터프레뉴어' 사이트에 올린 ‘다시 학생이 되어 배운 5가지 리더십 교훈'이란 글을 간추린다.

지난달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을 듣느라 일주일 동안 휴대폰을 끄고 이메일도 사용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수백명의 다른 CEO, 사장, 업계 리더들이 비즈니스 분야에서 가장 역동적인 교수들한테 배우려고 몰려왔다. 나는 20년 전 와튼스쿨에서 MBA를 땄고 현재 뉴욕대 스턴스쿨에서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 프로그램은 달랐다. 이런 그룹을 이런 식으로 엮으니 뭔가 특별한 게 생겼다.

최근 수년 동안 리더였다. 뉴욕대 조교수이면서 여러 기업에서 리더로 일했다. 현재는 뉴욕에 있는 컬처럴IQ 창업자/CEO이다. 이런 연유로 일주일 동안 자리를 비우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는 입장으로 돌아갔는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기업인으로서, 교수로서 아주 중요한 수업이었다. 수업을 통해서도 배웠고,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동료들의 다양한 생각을 통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바로 그 경험을 통해서도 많이 배웠다. 배운 것을 공유한다.

1. 문화 변환은 가능하다. 그러나 창의성이 필요하고 직원들을 진정으로 이해해야만 가능하다. 기업문화를 바꾼 사례를 공부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 기업문화 소프트웨어 기업 CEO인 나한테는 특히 흥미로웠다. 기업문화 전환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감성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열고 과감히 바꾸는 것이다.

2. 문화는 돈으로 되는 게 아니다. 전통과 약속에 관한 것이다.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기업문화 전환에 성공한 대기업 이야기도 들었다. 사내에 기업문화 조직을 만들고 부서 워크숍 등 문화 프로그램 명목으로 돈을 써야 한다는 얘기도 듣곤 했다. 문화에 대해 이렇게 관심을 갖는 건 중요하지만 문화는 돈을 써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다. 문화는 돈 없이도 풍성해질 수 있다. 문화의 핵심은 잘했을 때 함께 좋아하고, 함께 자발적으로 나서고, 함께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필요할 때 필요한 곳에서 조명을 받는 것은 리더의 책무이다. ‘조명을 받는 일'이란 컨셉으로 한 사례를 소개받았다. 조직에서 시니어가 되면 모든 것을 직접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특별히 주목을 받을 만할 때 조명을 받을 수 있다. 리더가 조명을 받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조직원들이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명을 받을 때는 신중해야 하고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또 조명을 받고 싶을 땐 신중해야 한다.

4. 능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고 리더가 되고 싶다면 학생/조직원과 어울려야 한다. 교수의 열정은 대단한 효과를 가져온다. 열정적인 교수는 학생들과 믿기지 않을 만큼 소통하고 전통적인 교실의 장벽을 제거했다. 나도 가르칠 때 적용하고 싶은 방식이다. 열정을 갖고 어울리면 학생/조직원(직원) 등도 그걸 그대로 느낀다.

5. 팀원들과 함께 축하하라. 일 주일 동안 사무실을 비우기란 쉽지 않았는데 중요한 것을 깨달았다. 통찰력 있는 리더들과 함께 시간을 잘해보내다 보니 팀원들과 함께 축하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할 수 있었다. 회사가 빠르게 돌아가다 보면 해야 할 일에 파묻혀 함께 이룬 것을 자축하는 걸 잊고 함께 무얼 할지도 생각하지 못한다.

항상 배우고 싶고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 일주일 동안 하버드에서 파묻혀 살다 보니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수십년 동안 경험을 쌓은 기업의 리더들도 항상 배워야 한다. 나는 때때로 학생 자리에 앉아 계속 성장하는 기업인이 되고 싶다.

베스너의 글은 여기까지다. 기업문화보다는 리더에 관한 글이긴 하지만 기업문화를 바꾸려면 리더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인다. 최근 “삼성 임원들이 새벽 6시30분까지 출근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그런데 이게 이건희 회장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서 아무도 “그만하자"고 말하지 못한다고 한다. 믿기지 않는 얘기이고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사실이든 아니든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은 기업문화를 바꿔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