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 22일 일요일

담쟁이 돌집, 사루비아, 피아노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였을 겁니다.
고등학생 시절은 기억하는 게 많지 않은데
또렷하게 기억하는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섣달 그믐날... 짬이 나서 그런지
눈물 많던 그 시절 한 장면이 생각납니다.


순천 남내동이면 옛 시가지 한복판입니다.
중앙시장인가 하는 장터도 있었습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개울 위에 다리가 있고
시민극장 쪽에서 건너면 사거리 모퉁이에
아담한 2층짜리 돌집이 있었습니다.
저랑 같이 살던 사람의 사촌누나 집이었는데
2층까지 온통 담쟁이로 덮여 있었습니다.


일요일 점심 때 그곳에 갔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늘색 상의에 쑥색 바지... 교복 차림이었죠.
초인종을 눌러 문이 열리자 밀고 들어갔습니다.
초록색 잔디 정원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한여름 햇살이 잔디에서 반짝이고...
담쟁이 사이 창문에선 피아노 소리가 들리고...
시뻘건 사루비아가 쫘~악 깔려 있었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울컥... 했습니다.
주저앉아 울고 싶었습니다.
사내놈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걸 그만둘까 고민하던 때였습니다.
그때 피아노 쳤던 이는 한 살 아래 OOO.
서울 명문대학 나와 시집 잘 갔다고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건 눈물 뿐인데
이런 사소한 일도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광파리]





느낌은 비슷한데 문이 다르네요. 문으로 오르는 서너개 돌계단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