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3일 화요일

"DMZ를 3D로 찍는다" 한국HD방송 사장



아이폰이 세상을 바꾸듯이 아바타가 세상을 바꿀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러겠죠. 그러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아바타 방영 후 타올랐던 “3D 열기”는 많이 식었습니다. 거품이 빠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3D 업계가 지금 어떤지 궁금해 지난주 목동에 있는 한국HD방송을 찾아가 문성길 사장을 만났습니다. 한국HD방송은 스카이라이프 자회사로 3D 콘텐트 제작에 관한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죠. 2시간 동안 들은 얘기를 간추립니다.

올해 비무장지대(DMZ) 사계를 3D로 촬영한다. 경기도 프로젝트를 우리가 수주해 몇일 전 촬영을 시작했다. 철원 가서 독수리도 찍고 왔다. DMZ를 2D로는 조선일보 등이 찍은 적이 있지만 3D로는 처음이다. 내년 1월까지 1년이 걸린다. 우리로서는 3D 제작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다. 경기도는 세계 평화의 상징으로 매년 10월 대성동에서 다큐 영화제를 연다. 여기서 우리가 촬영한 3D DMZ도 보여주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과학/사이언스 프로그램도 3D로 많이 찍는다. 퀴즈톡톡이란 게 있다. 표면장력 등을 3D로 보여주면 이해하기가 쉽다. 작년에 반응이 좋았다. 아인슈타인, 싱얼롱(영어교육 프로그램) 등은 기획단계부터 해외 시청자를 염두에 뒀다. 영어교육이나 다큐 콘텐트는 가능성이 있다. 한류가 확산되면서 K팝도 3D로 많이 만든다. 프랑스 깐느에서 열리는 MIPTV(콘텐츠 전시회)에서는 정부가 ‘3D 코리아 파빌리온’을 꾸린다. 올해는 좋은 콘텐트가 많아 기대하고 있다.

좋은 콘텐트만 있으면 해외에 수요가 있다. 중국에서도 3D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CCTV가 일부 지역에서 3D 방송을 유료로 시작했다. 3D TV 보급률은 세계에서 중국이 가장 높다. 23%나 된다. 10대 중 2대는 3D TV라는 얘기다. 유럽도 런던 올림픽을 계기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이 3D에 관심이 많다. 우리가 만든 ‘반디의 숲'이라는 3D 콘텐트가 국제상을 탔는데 블루레이 권리까지 사고 싶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우리나라 3D TV 보급대수가 200만대를 넘었다. 세계 어느 나라든 3D는 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스카이라이프가 3D 채널을 개설했고 영국에선 BSKYB, 미국에선 디렉, 일본에서는 스카이퍼펙이 채널을 개설했다. 스카이라이프 가입자는 HDTV만 있으면 바로 3D를 시청할 수 있다. 330만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중 HDTV 보유자는 220만이다.

아바타 이후 3D 열기가 시들해진 게 아니냐고 하는데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인프라가 달라졌다. 3D가 영화관에서 가정으로 넘어가고 있다. 인프라가 확산돼 집에서도 쉽게 3D 콘텐트를 볼 수 있게 됐다. 3D TV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잖느냐. 이제는 디지털 TV 사면 대부분 3D 기능이 있다. 콘텐트가 부족하고 채널이 다양하지 않아 자주 안쓰고 있을 뿐이다.

3D가 집으로 확산된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3D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모바일 기기에서 특수안경 안끼고 3D를 볼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3D라는 게 영화관 가서 특별하게 보는 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에서 자주 보게 될 것이다. 디바이스는 있는데 콘텐트가 못따라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다.

우리나라는 디바이스 뿐만 아니라 콘텐트도 잘한다. 3D 영화는 단숨에 따라가기 어렵다. 그러나 K팝과 같은 특화 콘텐트랄지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콘텐트, 접사촬영이나 키즈톡톡과 같은 교육용 콘텐트는 작은 자본으로도 만들 수 있다. 이런 특화 부문에서 작지만 강한 ‘스몰 자이언트(Small Giant)’가 나올 것이다. 이런 사업자가 나온다면 수출도 많이 하고 이니셔티브를 잡을 수 있다.

작년에 만든 ‘반디의 숲'은 접사촬영한 교육용 콘텐트다. 반디는 숫컷만 불을 켜고 암컷은 나무에 매달려 있다. 짝짓기 할 때 불로 교신한다. 숫컷도 반절은 불을 켜지 않고 다닌다. 우리가 1년 가까이 찍었는데 그 전에는 반디 생태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우리도 실패를 여러 차례 했다. 한국의 곤충, 멸종위기 곤충... 이런 걸 시리즈로 만들면 외국에도 많이 팔 수 있을 것이다.

3D 분위기가 시들해진 것은 사실이나 내실을 다지는 단계라고 본다. 초기에 너무 뜨겁게 달궈졌다. 거품이 많았다. 기반이 갖춰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너무 성급했다. 시장이 열리지 않자 많은 기업들이 그만뒀고 몇몇 기업들이 꾸준히 하고 있다. 이젠 지상파도 관심을 갖는다. 전에는 파일럿만 만들었는데 K팝이 인기를 끌자 정규 프로그램에서도 3D를 시도한다. 우리는 장비, 중계차, 제작센터에 3D 종합편집실까지 갖췄다. 이렇게 하는 곳은 우리 뿐이다.

제작비를 누가 부담하느냐. 소비자가 내느냐, 전자업체가 내느냐, 방송사가 내느냐. 2, 3년 동안은 스카이라이프와 정부가 냈다. 이제는 기기 메이커도 3D 확산을 위해 좀더 적극 나서야 한다. 제작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그동안 3D 업계는 "맨땅에 헤딩"이 아니라 "시멘트 바닥에 헤딩"을 했다. 정부 지원은 예산 한계가 있다. 국내 콘텐트 제작능력도 상당수준에 올라섰다. 뮤직비디오 정도는 국내 업체한테 맡겨도 된다. K팝 콘텐트 만들 수준은 됐다.

한때 넥스트 HD가 무엇이냐 논쟁이 있었다. UHD(울트라 HD) TV란 사람도 있고 3D란 사람도 있었다. UHD는 HD보다 5배 선명하다. 이미 상용화 전단계까지 왔다. UHD는 HD의 확장이다. 3D는 진화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것이다. TV의 기본은 선명한 화질이다. 3D이면서 HD, 3D이면서 UHD... 이렇게 병렬로 가진 않을 것이다. 동시에 가긴 어려울 것이다. 3D가 먼저 가고 화질이 뒤따라오지 않겠나. UHD에 3D를 붙이려면 시간이 걸린다. UHD로 가려면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한다. UHD 화질이 HD의 5배라 해도 육안으로는 구분이 잘 안된다. HD로 바꾼지 얼마나 됐다고 다 바꾼단 말인가. 3D는 그렇게 돈이 많이 안든다. 사업자 입장에서 어느쪽을 먼저 하느냐... 3D라고 본다.

한국HD방송이 3D 콘텐트를 가장 많이 만들지만 작년 매출이 252억원에 불과하다. 돈을 벌지도 못한다. 콘텐트 비즈니스가 만만치 않다. 레드오션이다. 공짜와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우리나라 월 시청료가 동남아보다 싸다. 짜장면 한 그릇 값도 안된다. 100개, 150개 채널 맘대로 보고 이것만 낸다면 콘텐트 사업자는 무얼 먹고 살겠나. 미국에서 이 정도면 5만원, 10만원은 내야 한다. 미국은 시청료: 광고수입이 7:3인데 우리는 그 반대다. 구조적인 문제이다.

문성길 사장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한국HD방송 사무실엔 처음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습니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묻고 싶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습니다. PD/작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회의도 하고... 사원들 얼굴이 밝았습니다. 인터뷰 끝내고 나오다가 PD/작가들을 만났는데 “IT 채널에 출연해 달라”고 졸라대는 통에 혼났습니다. “깜냥이 안된다”며 손사래를 치고 나왔습니다. [광파리]



문성길 한국HD방송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