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8일 금요일

에릭 슈미트 회장의 말춤에 관한 트윗


어제(9월27일) 오후 2, 3시쯤이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뭔가를 하고 있는데 컴퓨터 우측상단에 이메일 수신 알림창이 뜨더군요. 두 줄짜리 알림에 ‘에릭 슈미트'란 단어가 보였습니다. 얼른 클릭해 이메일 창을 열었습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기자간담회 후 서울 강남역 인근 구글코리아에 가서 싸이한테 말춤을 배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였습니다. 말춤 추는 사진을 포함해 슈미트-싸이가 함께 찍은 사진도 3장 첨부돼 있었습니다.

보도자료의 경우 대개 기자들이 간단한 확인 절차를 거쳐 기사를 작성하곤 합니다. 믿을 만한 곳에서 보내온 보도자료라면 기사체로 바꾸기만 해 내보내기도 하죠. 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 가 보고 싶었는데 후배기자가 가겠다고 해서 포기했습니다. 아쉽게 생각하던 차에 에릭 슈미트가 말춤 추는 사진을 보니 반갑더군요. 인터넷 매체에서는 서둘러 기사를 쓰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다면 30분 이내에 기사를 볼 수 있겠죠.

그래서 '일단 날리고 보자'는 심정으로 슈미트와 싸이가 함께 말춤 추는 사진을 클릭해 바로 트윗을 날렸습니다. 마운틴라이언(OS X 10.8)이 탑재된 맥북에서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가 매우 편합니다. 이메일 첨부 사진의 경우 우클릭 하면 공유 아이콘이 뜨고, 이걸 누르면 트위터 페이스북 이메일 등의 메뉴가 나타납니다. 트위터를 골라 메모해 날리면 트위터에 올라가고, 페이스북을 눌러 포스팅 하면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갑니다.


2, 3시간쯤 후에 후배 기자가 페이스북에서 저에 관해 언급했습니다. (링크). 김광현 선배가 날린 트윗이 외신에 떴다고. 확인해 보니 ‘버지(The Verge)’라는 미국 인터넷 매체가 저의 트윗과 짤막한 유튜브 동영상을 토대로 기사를 썼더군요. 기사에는 제 이름(Kim Kwang-Hyun)도 씌여 있었습니다. 이걸 보고 ‘광파리가 글로벌 매스컴을 타다니, 촌놈 출세했네요'란 트윗을 날렸고,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는 멘션을 보내왔습니다.

에릭 슈미트 회장의 말춤 사례를 자세히 말씀드린 것은 소셜 미디어 등장 이후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하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트위터를 시작한 2009년 5월만 해도 “일반인도 기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 대부분 반신반의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는 누구든지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트위터 등 소셜 매체를 이용해 전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시티즌 저널리즘 시대'가 열린 겁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실시간 저널리즘'입니다. 이제는 뉴스가 발생하면 바로 기사를 쓰고 기사가 완성되면 바로 독자에게 전달하는 시대입니다. 기사를 쓰고 나서 8시간, 12시간 뒤에야 독자/시청자에게 전달하면 너무 늦습니다. 기다려 주지도 않죠. 미디어 국경도 사라졌습니다. 국내외를 불문하고 좋은 콘텐츠가 눈에 띄면 누구든지 퍼뜨립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 미디어가 ‘미디어 혁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볼 점도 있습니다. ‘슬로우 저널리즘(slow journalism)’도 그 중 하나입니다. 실시간 전달이 강점인 ‘패스트 저널리즘(fast journalsim)’이 미디어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채널로는 유용하지만 심층분석 콘텐츠를 생산하는 매체는 아닙니다. 뉴스가 발생한 뒤 누군가 차분히 현상을 분석해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실시간 저널리즘 시대에도 ‘슬로우 저널리즘’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덧붙이자면 소셜 미디어 시대에는 어떤 정보가 옳고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누군가 가려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행위를 ‘큐레이션(Curation)’이라 하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큐레이터(curator)’라고 합니다. 어떤 큐레이터가 인정 받고 어떤 큐레이터가 밀려날지는 소셜 평판에 의해 결정될 거라고 봅니다. 앞으로 미디어가 어떻게 달라질지… 언론계 당사자들한테는 피 말리는 일이지만 구경꾼들한테는 재밌을 것 같습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