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1일 일요일

애플은 '핵전쟁'을 이쯤에서 접어라


애플의 “특허 핵전쟁”은 과연 언제 끝날까요? 애플과 HTC가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하고 10년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습니다. 이 라이선스에는 현재 특허는 물론 미래 특허도 포함됩니다. 피터 추 HTC 최고경영자(CEO)는 “소송 대신 혁신에 주력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관련기사) 마침내 ‘핵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는 건가요? 아니면 애플이 작은 전쟁은 매듭짓고 삼성과의 큰 전쟁에 올인하려는 걸까요?

아시다시피 특허 핵전쟁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발언에서 비롯됐습니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자서전을 보면 스티브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박살내기 위해서라면 핵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후계자/CEO인 팀 쿡에게 사실상 유언으로 남았고 쿡은 모토로라 HTC 삼성 등 ‘안드로이드 삼총사'를 상대로 전면적으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최대 라이벌인 삼성과는 생사를 건 듯한 결투를 벌이고 있죠.

구경꾼 입장에서 보면 애플이 참으로 바보스럽습니다. 함부로 베끼지 못하게 으름장을 놓는 정도라면 모를까 이놈 저놈 멱살을 잡아 사방에 적을 만들고 있습니다. 하수입니다. 삼성은 특허소송 덕에 “애플에 맞설 수 있는 안드로이드 제1 장수"로 자리를 굳혔고 지금은 판매대수에서 애플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스마트폰 시장 선두에서 질주하고 있습니다. 엉뚱하게도 특허 소송이 돈으로 헤아리기 어려운 큰 홍보효과를 가져다준 셈입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에너지는 한정돼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습니다. 연애에 푹 빠진 젊은이가 학업에 몰두하기 어려운 것과 이치가 같습니다. 애플은 전방위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느라 상당히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을 겁니다. 그 때문이었을까요? 허술하기 짝이 없고 스티브 잡스 같으면 결코 용납하지 않았을 것 같은 지도를 떠~억 내놨습니다. 시리(Siri)도 진화가 더뎌
구글 음성검색에 밀리는 인상을 풍깁니다.


안드로이드 삼총사를 상대로 한 특허 소송이 십자군전쟁쯤 되나요? 구경꾼이 보기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애플도 종종 베낀 게 사실입니다. 훔치기와 베끼기는 다르다고 하는데 그게 어디 쉽게 구분되나요? 나는 훔쳤고 니들은 베꼈다? 물론 아이폰 베끼기, 아이패드 베끼기가 심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핵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진짜로 핵전쟁을 벌이는 건 하수라고 봅니다.

애플은 여기쯤에서 특허 소송을 정리하고 다시 혁신에 몰입했으면 합니다. 소송을 벌이는 동안 곳곳에서 터져나온 크고 작은 문제들... 지켜보기가 안타깝습니다. 작게 보이는 문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종래는 베끼기와 뒤쫓기로 재미를 봤지만 이젠 달라져야 합니다. 이 전략으로는 화웨이 ZTE 레노버 등의 추격을 따돌리기 어렵습니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혁신 우선(Innovation First)"으로 바꿔야 합니다.

싸움구경 즐기며 말없이 소식만 전하던 광파리가 답답해서 한 마디 했습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