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3일 목요일

구글 부사장이 스티브 잡스를 그리워하는 이유


‘스티브가 그립다 (I miss Steve)’. 빅 군도트라 구글 부사장이 간밤에 구글플러스에 이렇게 썼습니다. 딱 한 문장입니다. 물론 ‘스티브'는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말합니다. 군도트라는 왜 잡스가 그립다고 썼을까요? 답은 첨부 글에 담겨 있습니다. 작년 8월에 썼던 ‘아이콘 앰블란스'란 제목의 스티브 잡스 추모 글입니다. 유명하죠.

아이콘 앰블란스 (Icon Ambulance)
2008년 1월6일 일요일 아침. 예배를 드리고 있는데 내 휴대폰이 진동했다. 살짝 들여다 봤더니 ‘발신자표시없음'이라고 씌여 있었다. 그래서 무시했다.
예배를 마치고 식구들과 함께 내 차로 가면서 휴대폰 문자를 확인했다. 스티브 잡스가 보낸 문자였다. “빅, 나한테 집으로 전화 좀 걸어줄래요? 급히 상의할 게 있어서요.” 이렇게 씌여 있었다.
차에 도착하기 전에 스티브 잡스한테 전화를 걸었다. 나는 그때 구글에서 모든 모바일 앱을 책임지고 있었고 이런 역할 때문에 스티브와 주기적으로 협의하곤 했다. 일 때문에 갖는 특혜 중 하나였다.
“헤이 스티브, 빅이에요.” 내가 말했다. “좀더 일찍 전화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예배 드리고 있었는데 ‘발신자표시없음’으로 뜨길래 안받았어요.
스티브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빅, 발신자가 ‘하나님(GOD)’이라고 뜨지 않으면 예배 중에는 받지 않아도 돼요."
나도 웃었다. 아무튼, 주중에 문제가 있어서 스티브가 전화를 걸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일요일에 전화를 건 것도 그렇고 집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한 것도 예사가 아니었다. 무슨 중요한 일이 있길래 그러실까 궁금했다.
“그런데 빅,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 당장 시정했으면 하는데. 이미 우리 팀 누군가한테 당신을 도우라고 시켜놨어요. 당신이 내일 이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해요.” 스티브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폰에 있는 구글 로고를 들여다 봤는데 아이콘이 맘에 안들어요. ‘Google’에서 두번째 ‘o’의 노란색 농도가 잘못됐어요. (‘o’의 노란색에 옅고 짙한 그라데이션과 쉐이드가 있는데 이게 제대로 안됐다는 뜻인 듯. 광파리 생각.) 분명 잘못된 거에요. 그래서 그레그한테 내일 수정하게 하려고 해요. 그렇게 해도 괜찮겠죠?"
물론 나는 괜찮았다. 그날 몇 분쯤 후에 스티브한테 ‘아이콘 앰블란스'란 제목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레그 크리스티와 함께 아이콘을 수정하라는 요청이 담겨 있었다.
나는 열한 살 때부터 애플2를 좋아했다. 애플 제품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많다. 애플 제품은 수십년 동안 내 삶의 일부였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5년 동안 빌 게이츠와 함께 일할 때도 스티브를 매우 존경했고 애플이 만든 제품을 좋아했다.
리더십, 열정, 디테일에 대한 관심 등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1월 어느 일요일 아침 스티브 잡스한테 받았던 전화를 회상하곤 한다. 나에겐 결코 잊을 수 없는 교훈이다. 최고경영자(CEO)는 디테일도 살펴야 한다. 노란색 농도까지. 일요일에도.
내가 만났던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분인 스티브,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 빅

군도트라가 작년 8월 구글플러스에 썼던 글을 전부 옮겼습니다. 제 영어가 짧아서 잘못 옮긴 부분도 있을 텐데, 알려주시면 바로잡겠습니다. ‘스티브가 그립다'는 군도트라의 글에는 현재 1593명이 플러스(+)를 눌렀습니다. 또 325명이 이 글을 퍼뜨렸고 120개 댓글이 달렸습니다. 구글플러스에서는 ‘대박'이라고 할 만합니다.
댓글 중에는 이런 것도 있습니다. ‘매우 감동적인 일화다', ‘나도 스티브가 그립다', ‘애플이 예전 같지 않다', ‘iOS7 보면서 잡스라면 뭐라고 했을까 생각했다', ‘iOS7 보고 다들 스티브를 그리워한다’, ‘빅이 강조한 건 디테일에 대한 관심인데 불행히도 애플은 이걸 잃어버렸다', ‘전에도 몇 차례 이 글을 읽었는데 다시 읽어도 좋다.'
빅 군도트라. 1968년생. 인도 출신 구글 부사장(SVP). 크롬+안드로이드를 맡고 있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과 똑같이 인도기술대(IIT)를 나왔고 글에서 썼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에서도 일했습니다. 지금은 구글플러스 서비스를 맡고 있죠.
군도트라가 쓴 ‘아이콘 앰블란스'란 글은 지난해 대단한 화제가 됐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 10개월 후에 쓴 짧은 글인데 잡스가 디테일을 얼마나 지독하게 챙겼는지 설명해주는 단적인 사례입니다. 지난해 스콧 포스탈 부사장이 공개해 망신을 당했던 애플지도... 잡스가 살아 있었다면 결코 공개할 수 없는 지도였죠.

군도트라가 전에 썼던 글을 첨부하며 ‘스티브가 그립다'고 쓴 이유는 뭘까요? 애플이 지난 10일 발표한 신제품 신기술에 대한 총평이 아닌지… 전반적으로 조니 아이브의 디자인 솜씨가 돋보였지만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는데 군도트라도 그랬나 봅니다. 애플이 애플다웠던 건 스티브 잡스가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