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31일 토요일

주파수 경매가 남긴 세 가지 오점


주파수 경매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경매를 주도한 미래창조과학부와 경매에 참여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의 입장에서 봤을 때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민 입장에서 봐도 그렇습니다. 이상한 결과가 나와 ‘광대역 LTE 서비스'가 지연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성공적'입니다. 하지만 경매를 지켜본 구경꾼이었던 저는 마냥 박수칠 수는 없습니다. 눈꼴 사나운 일도 있었습니다. 싫은 소리를 좀 하겠습니다.


우선 미래부가 발표한 경매 결과입니다.


보시다시피 KT의 1.8기가(GHz) 인접대역을 허용하는 플랜2에서 이통 3사가 주파수를 하나씩 챙겼습니다. 제 51차 밀봉입찰에서 KT 인접대역을 허용하는 플랜2가 승리했고, SK와 LG가 각각 C2와 B2 블록을 차지해 미래부 희망대로 경매가 끝났습니다. KT는 1.8기가 인접대역 15메가(MHz)를 확보함으로써 기존 주파수에 붙여 곧바로 수도권에서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LTE 후발주자가 추격 발판을 마련한 셈이죠.

SK는 KT의 광대역 서비스를 막았다는 비난을 피하면서 4500억원대 적은 비용으로 1.8기가 대역에서 35메가 광대역을 확보했습니다. (낙찰가는 1조500억원이지만 여유 주파수 20메가를 조기에 반납하고 돌려받을 금액을 빼면 4500억원대.) SK는 현재 1.8기가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하고 있어서 빠른 시일내에 광대역 서비스를 할 수 있습니다. LG는 2.6기가 대역에서 최저경쟁가격으로 낙찰받아 실리를 챙겼습니다. 그리고 미래부는 3사에 하나씩 할당함으로써 광대역 LTE 서비스 경쟁을 유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 경매가 남긴 3가지 잘못을 지적하겠습니다.

첫번째, 이동통신 3사가 노조를 앞세워 정부에 압력을 가한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특정 업체를 봐주는 식이면 안되죠. 그런데 이통 3사 노조는 미래부에 압력을 가하기 위해 시위를 벌이고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분통이 터져 참을 수 없었을 테고, 경쟁사 노조가 나서는데 가만히 있을 수도 없었겠죠. 하지만 다시는 이렇게 해선 안됩니다. 자사 이익을 위해 국민을 우선시해야 하는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일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두번째, 빌미를 제공한 정부 잘못도 큽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는 특별 팀까지 만들어 ‘모바일광개토플랜’이라는 주파수 중장기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도 900메가(MHz) 대역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않은 채 KT한테 할당해 “불량품”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걸 의식한 나머지 군에서 사용하던 KT 인접대역을 반납받자마자 경쟁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할당계획을 밝혀 싸움을 촉발했습니다. 이통 3사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광대역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계획을 짰다면 이렇게 하진 않았겠죠.

세번째, 주파수 할당을 정치 흥정 대상으로 삼은 국회의원들도 매를 맞아야 합니다. 정부의 판단착오로 주파수 정책을 잘못 펼치면 정보통신산업이 5년, 10년 낙후되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의정활동을 잘한다는 평을 받았던 의원마저 “국회로 가져오라”고 호통을 쳤습니다. 주파수 정책은 공무원이 소신을 가지고 목숨 걸고 고집을 피워야 하는 분야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청렴해야 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내막을 잘 알지 못하는 의원들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할 일이 아니고, 정치 흥정으로 결론을 내릴 사안이 아닙니다.

이번 경매는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저 같은 구경꾼이 보기엔 그랬습니다. 미래부가 경매 계획을 발표했을 때 저는 ‘이게 대체 뭐냐’고 했습니다. 너무 복잡해서 무슨 얘기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한참 동안 설명을 듣고 나서야 속으로 빙긋 웃었습니다. 어떤 천재가 꾀를 부렸구만. 상상해 보니 이통 3사 어느 누구도 함부로 장난치지 못하게 하고, 잘만 하면 3사한테 주파수를 한 덩이씩 할당할 수 있는 묘안으로 보였습니다.

물론 애초에 정부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하지 않았다면 경매 방식이 이렇게 복잡해지지 않았겠죠. 따지고 보면 이명박 정부 방통위가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입니다. 당시 공무원들이 상임위원들 눈치나 보면서 복지부동한 걸 출입기자로서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이번 경매를 원만하게 끝낸데 대해 박수를 칩니다. 아울러 다시는 무사안일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하나 더... 이통사들이 공무원과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기 위해 대관업무 조직을 대폭 키운 것도 맘에 안듭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