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16일 금요일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는 "보는 기기"가 아닐 수 있다


루머 얘기는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은데, 간단히 한 마디 할까 합니다. 실리콘밸리 어느 디자이너가 만들었다는 아이워치 컨셉 사진을 보면서 ‘이건 아닐 텐데…’ 싶어 퇴근하려고 가방 챙기다 말고 메모합니다. 그동안 애플이 손목시계형이나 팔찌형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을 것이란 소문이 많았습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도 올 가을부터 내년 사이에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겠다고 말한 바 있죠. 이제 가을이 시작됩니다.

이번에 나온 아이워치 컨셉은 실리콘밸리 디자인 회사 지발디의 디자이너가 그렸다고 하는데, 비즈니스 인사이더, 드리블닷컴 등의 사이트에 올려져 있습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손목시계형 기기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그럴 듯 합니다. 특히 제품상자는 애플 디자인팀이 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겨 웃음이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애플이 이런 컨셉의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으려고 그토록 뜸을 들였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웨어러블’이라면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되는 쪽으로 컨셉을 잡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폰으로 보던 걸 손목에서 "보는 기기"라면 이미 소니도 시도했고 LG도 시도했습니다. 성공 못했죠. 애플 시리나 구글나우를 생각하면 ‘웨어러블'은 굳이 보지 않아도 되게, "음성 기반의 기기"로 내놓는 게 맞다고 봅니다.

지발디 디자이너가 그린 아이워치 컨셉 사진은 아이폰처럼 눈으로 보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 손목에 둘러도 제법 큰 화면이 될 것이란 얘기인데 그림으로 봐선 가벼울 것 같지도 않고 배터리가 하루종일 버틸 것 같지도 않습니다. 재질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넘어졌을 땐 위험해 보이기도 합니다.

삼성이 9월5일 베를린에서 갤럭시노트3와 함께 스마트시계(갤럭시 기어)도 내놓을 거라고 합니다. 폰과 연동하는 손목시계형 액세서리 기기입니다. 애플도 삼성처럼 "손목시계형 보는 기기"를 내놓는다면 비웃음을 받지 않을지… 삼성이 "손목시계형 보는 기기"를 내놓는다면 애플은 "보는 기기"에서 진화한 걸 내놓아야 “애플답다"는 말을 듣겠죠.

제 추측이 틀릴 수도 있지만 삼성과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 “쇼다운”을 할 시기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애플은 내년 이후"란 얘기도 있긴 합니다. 아무튼, 삼성이 애플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면 “클론(clone)" 오명을 벗고 ‘패스트 팔로어'에서 “리더"로 거듭날 수 있고, 애플이 더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는다면 “역시 애플답다", “삼성은 아직 한 수 아래다"는 말이 나오겠죠. 삼성과 애플의 “웨어러블 결투”가 기대가 됩니다. [광파리]

(참고1) 처음에 '손목시계형 기기가 아닐 수 있다'로 제목을 뽑았더니 오해 소지가 커서 '보는 기기가 아닐 수 있다'로 제목을 바꿨습니다. 손목에 시계처럼 두르든 팔찌처럼 두르든... 손목에 차는 기기일 수는 있다고 봅니다. 조본 업처럼. 그러나 그게 "보는 기기"가 아니라 음성으로 작동하는 "음성 기반의 기기"일 것이란 뜻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참고2) 블룸버그 "삼성 갤럭시기어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탑재 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