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8월 9일 금요일

애플은 '팔로어'로 전락하는가?


경제주간지 ‘한경비즈니스'에 게재하려고 일주일 전에 썼던 글을 블로그에 옮겨 싣습니다. 일주일 사이에 크게 달라진 게 없어서 원문을 약간만 수정해 싣습니다. 경제주간지용이라서 블로그보다는 더 쉽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생전에 삼성이 내놓은 7인치 태블릿에 대해 “DOA”라고 말했습니다. DOA=Death On Arrival. 나오자마자 죽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태블릿 크기는 아이패드에 적용한 9.7인치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잡스가 세상을 떠난지 1년 후인 작년 11월 7.9인치 ‘아이패드 미니’를 내놨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삼성을 따라한 셈입니다.
최근 애플에 관한 2개의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하나는 CNN 웹사이트에 실린 ‘애플은 리더(leader)에서 팔로어(follower)로 바뀌고 있다'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Quora)에 실린 ‘애플은 죽어가고 있나?’란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표현이 과격하지만 터무니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요즘 애플을 보면 ‘팔로어로 바뀌고 있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고, 죽어가는 건 아니지만 ‘잡스 시절’만 못한 건 사실입니다.
두 사이트에 실린 글은 시각이 조금 다릅니다. CNN 웹사이트에 실린 글은 창의성 측면에서 봤을 때 애플이 ‘리더'답지 않고 ‘팔로어'처럼 보여 실망스럽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 쿼라에 실린 답변은 ‘애플이 죽어가고 있나?’란 질문에 대한 반박이 대부분입니다. 줏대 없어 보일른지 모르겠지만 저는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보일 수도 있고 저렇게 보일 수도 있고... 둘 다 맞습니다.
CNN 글은 앤드류 메이어라는 디자인 컨설턴트가 썼는데 글 내용은 이렇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강력한 디자인과 과감한 혁신으로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그때는 애플 제품을 살 땐 흥분하고 놀라곤 했다. 그런데 애플은 점점 팔로어로 바뀌고 있다. 삼성에 맞서기 위해 더 큰 아이폰, 더 큰 아이패드를 개발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지금 애플한테 필요한 건 더 큰 아이폰/패드가 아니라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다.
애플이 삼성을 벤치마킹해 더 큰 아이폰, 더 큰 아이패드를 개발하는 것까지 탓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소비자가 원한다면 그게 뭐든 만들어야죠. 그러나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면 애플은 '그렇고 그런 메이커'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집스럽게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이 사라진 것도 아쉽습니다. 애플이 지난해 내놓았던 엉터리 애플지도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면 결코 공개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고 애플이 죽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물론 애플 주가는 작년 말부터 10개월 동안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지나치게 오른데 따른 조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투자자들이 스티브 잡스의 공백을 절감하고 애플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애플은 분명 예전 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전 같지 않다’는 말과 ‘죽어가고 있다’는 말은 분명히 다릅니다. 쿼라 답변이 설명해 줍니다.

답변 1. 얼마나 멍청한 질문인가. 애플은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야후, 아마존, 이베이, 페이스북의 이익을 더한 것보다 많은 이익을 냈고, 전체 휴대폰 업계 이익의 70%를 독차지했다. 퍼스널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업계 전체 이익의 45%를 애플이 가져갔다. 답변 2. 회사가 망하려면 현금이 떨어져야 하는데 애플이 보유한 현금이면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도 살 수 있다. 더구나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을 사랑한다.

답변 3. 스티브 잡스 때는 매년 혁신적인 걸 내놨다고들 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애플은 1998년 아이맥을 내놓았고, 2001년 아이팟, 2007년 아이폰, 2010년 아이패드를 내놓았다. 답변 4. 스티브 잡스의 최대 역작은 아이폰도 아니고 아이패드도 아니고 애플 그 자체이다. 새로운 카테고리의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으려면 시간이 걸린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말하지 않았던가. “곧" 나온다고. (그 '곧'이 대체 언제인지...)

애플이 죽어간다는 표현은 맞지 않습니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죽어가고 있다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애플이 리더에서 팔로어로 전락할 가능성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팀 쿡이 말한 “깜짝 놀랄 제품"을 보고 나서 판단해도 늦진 않겠죠. 너무 오래 뜸을 들였는데, '깜짝 놀랄 제품'이 정말로 깜짝 놀랄 만한 제품인지... 애플 이사회가 애플의 '혁신 속도'(the pace of innovation)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