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5일 금요일

구글+ 만든 빅 군도트라 부사장, 구글 떠난다


구글+를 만든 빅 군도트라 부사장(SVP)이 구글을 떠납니다. 간밤에 ‘그래서 (And then)’로 시작하는 작별인사를 구글+에 올렸습니다. 이에 대해 구글 창업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고맙고 아쉽다는 글을 구글+에 덧붙였습니다. 빅 군도트라. 인도기술대(IIT) 출신.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이죠. ‘구글+’를 어떻게 발전시키나 지켜보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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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트라의 메모. 지난달 LA 사는 처삼촌이 자전거 타고 가다가 트럭에 치어 별세했다. 장례식장에서 처삼촌의 딸(처형 또는 처제)이 가슴 찡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아빠는 최고의 친구였다. 날마다 전화를 걸어 얘기를 했다. 그런데 첫 마디는 항상 “그래서(And then)”였다. 대화가 이어진다고 생각하신 거다. 안타깝게도 이젠 더이상 “그래서"란 말을 들을 수 없게 됐다. 우리 일상생활도 비슷하다. 혼신의 힘을 쏟아 뭔가를 이루려고 애쓰다가 어느날 “그래서" 하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8년 동안 일했던 구글을 떠난다. 구글의 대단한 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으니 정말 운이 좋았다. 이들보다 더 재능 있고 열정적인 사람들을 어디서 볼 수 있겠는가. 래리 페이지의 리더십도 놀랍다. 그는 내가 구글에서 일할 수 있게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구글 I/O 기조연설이든, 모바일 앱이든, 구글+ 만드는 일이든, 그 어떤 것도 래리의 격려와 지원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구글+ 팀에도 영원히 빚을 졌다. 이들은 다들 구글에선 안된다고 할 때 소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끝없이 꿈을 꾼다. 그들을 사랑한다. 정말정말 그리워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구글+에서 만난 분들께 감사한다. 이 커뮤니티는 정말 힘이 됐다. 뭐라고 감사해야 할 지 모르겠다. 여러분이 구글+를 만들어가고 있다. 여러분이 없다면 구글+는 존재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구글+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새로운 여행을 떠날 때다. 영속성. “그래서". 다음에 펼쳐질 일을 생각하면 흥분이 된다. 그러나 오늘은 이것에 대해 얘기하는 날이 아니다. 오늘은 지난 8년을 축하하는 날이다. 울고. 웃고. 새로운 여행을 기대하고. 그래서… (읽으면서 의역했습니다.)

보시다시피 ‘And then’으로 시작해 ‘And then’으로 끝납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나 구글로 입사하고, 구글+를 만들어 성공시키고, 구글을 떠나 새로운 여행을 하고… 이런 게 각각의 일이 아니고 쭉 이어지는 연속선상의 일이라는 의미겠죠.

래리 페이지도 꽤 길게 감사의 글을 올렸습니다.

빅. 약 8년 동안 구글에서 대단한 일을 해 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모바일 앱 개발하는 일과 개발자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았고 대단한 성과를 거뒀죠. 턴바이턴 내비게이션을 처음 사용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구글 I/O 무대에 올라 개발자들이 구글에 대해 얼마나 기대하는지를 확인하고 놀랐습니다. 이런 것들은 빅 그대가 이룬 기념비적인 프로젝트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무(無)에서 구글+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용기와 능력을 갖춘 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열정적으로 열심히 일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나는 구글+를 거의 매일 즐겨 사용합니다. 특히 오토오썸 무비를 좋아해 가족/친구들과 공유하곤 합니다. 구글을 떠나 다음 프로젝트가 잘 되길 바랍니다. 구글+ 팬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대단하고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여기까지입니다.)

빅 군도트라. 1968년생. 한국나이 47세. 인도 뭄바이에서 태어나 인도기술대(IIT) 마드라스 캠퍼스에서 공부했습니다. 이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석사과정을 끝낸 후 199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했습니다. 특히 윈도라이브 개발을 주도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저도 크게 기대했던 소셜 서비스였는데 아쉽게도 성공하지 못했죠.

군도트라는 2007년 6월 구글로 옮깁니다. 구글에서 일한 8년 동안 인도기술대 출신 순다 피차이 부사장(안드로이드-크롬), 아밋 싱할 부사장(검색, 구글 펠로우) 등과 함께 인도 전성시대를 이끌어왔습니다. 특히 2년 전인 2011년 6월 구글+를 내놓아 성공시킴으로써 ‘구글 소셜 짜르'란 말까지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떠납니다.

군도트라는 구글 I/O 기조연설을 도맡다시피 했습니다. 공개석상에 서길 꺼리는 래리 페이지의 분신 역할을 했죠. 항상 웃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구글+에는 날마다 많은 글을 공유합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딸 사진도 종종 올립니다. 왜 구글을 떠나는지, 어떤 일을 하려는지 전혀 밝히지 않았습니다. 내부에서 갈등이 있었던 것인지...

군도트라는 구글+를 내놓은 것만으로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구글+가 등장한 시점은 래리 페이지가 CEO에 복귀한지 두세 달 지난 후였습니다. 페이지는 소셜 서비스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임직원들을 독려했고 구글+가 자리를 잡자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구글+를 중심으로 연결했습니다. 군도트라가 떠나는 게 구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광파리]



(추가) 좋지 않은 소식도 있습니다. 테크크런치가 ‘구글+ 죽어가고 있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여러 사람한테 들었는데, 구글+를 더이상 ‘제품(product)’으로 보지 않고 플랫폼으로 생각할 거라고,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소셜 서비스와 경쟁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구글 측은 강력히 부인했답니다. 구글+ 전략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우수한 팀이 있고 계속 더 나은 UX를 개발해 나갈 거라고.

그런데 테크크런치는 다른 사실도 썼습니다. 1000명 내지 1200명에 달하는 구글+ 팀들을 재편하고 있다, 구글캠퍼스에 새 빌딩이 들어섰는데, 상당수가 이 건물로 옮겨갔다, 행아웃 팀은 안드로이드 팀으로 옮겨갈 것이다, 사진 팀도 뒤따라갈 것이다. 구글+ 왕국에서 안드로이드 플랫폼으로 인재들이 옮겨갈 것이다, 구글+는 공식적으로 죽지는 않았지만 죽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고책임자를 밀어내고 모든 자원을 옮긴다면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느냐”. 이런 말도 있었다고 합니다.

테크크런치는 구글이 구글+보다는 모바일에 힘을 싣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옮겨간 선수들이 구글+를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위젯을 만들 것이다, 더이상 구글 서비스를 구글+에 통합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를 구글+에 통합하려고 했을 때 사용자들이 반발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또 군도트라와 회사 내의 다른 사람들 사이에 긴장(tension)이 있었다, 특히 유튜브 G메일 등과 통합하는 문제를 놓고 그랬다, 군도트라의 역할은 데이비드 베스브리스가 맡을 것이다, 구글+ 일부는 크롬 책임자가 맡을 거라고 한다, 순다 피차이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테크크런치 글이 맞다면 상당히 충격적입니다. 군도트라가 떠나는 걸 보면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구글+를 중심으로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통합하는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겠죠. 그렇다고 중단한다? 구글은 그동안 구글+를 "척추(spine)"라고 했습니다. 이 전략을 과연 수정할까요? 래리 페이지는 "구글+ 팬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새로운 경험을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