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8일 일요일

애플이 ‘헬스' 내놓으면서 ‘건강혁명' 운운한 이유

애플이 2일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14’ 기조연설을 통해 발표한 내용 중 ‘헬스' 기억하시죠? 저는 이것이  iOS8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애플이 손목시계형 기기를 내놓느냐 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애플은 ‘헬스' 플랫폼을 만들고 전 세계 의료/건강/피트니스 관련 기업/병원/개발자가 동참하게 해 판을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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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부사장은 ‘헬스'를 발표하면서 메이요 클리닉 CEO의 말을 인용하는 형태로 “의료계와 고객이 소통하는 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감히 ‘혁명'이란 말을 썼습니다. 애플 사이트에도 ‘건강혁명의 출발’이란 귀절이 나옵니다. ‘의료/건강 정보를 활용하는 전혀 다른 방식’이란 표현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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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뭘 어떻게 하길래 ‘혁명'이란 단어까지 쓸까요? 그동안 삼성 LG 소니 등은 ‘내가 다 할래' 방식을 고집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의료 관련 기능까지 디지털 기기 메이커가 다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애플은 ‘헬스킷'을 공개함으로써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이 동참하게 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2008년 앱스토어를 내놓아 판을 바꿨던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헬스’는 하나의 앱이 아니라 각종 앱을 담는 플랫폼이고 일종의 앱스토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헬스'라는 커다란 ‘백화점’을 차려놓고 전 세계 관련 기업들이 입점해 애플 기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라고 유도하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기능은 애플이 직접 하겠죠. 손목시계형이나 팔찌형 기기도 내놓을 수도 있습니다.

페더리기 발표 내용을 보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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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혁명 또는 건강혁명을 애플 혼자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애플은 기술을 공개하고 전 세계 의료/건강/운동 관련 기업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손목시계형 또는 팔찌형 기기로 운동량 측정하는 것? 그런 정도로는 판을 엎을 수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스마트시계는 삼성이 기어핏 내놓기 훨씬 전에 소니 LG 등이 시도했지만 실패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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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사이트에 올려놓은 사진입니다. 첫번째 화면은 대시보드. 중요한 정보는 이렇게 한 화면에서 그래프로 보여주겠죠. 두번째 화면은 건강/의료/운동 등 각종 기능을 모두 담아놨습니다. 처음엔 이 리스트를 보고 의아했습니다. 이건 뭐야? 지금 생각해 보니 플랫폼입니다. 써드파티 기업들이 이런 다양한 기능을 실현할 앱/기기를 개발하겠죠.

예를 들자면 메이요 클리닉과 나이키 같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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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자사 사이트에 이렇게 설명해 놨습니다.

헬스 앱을 이용해 건강과 운동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고 사용할 수 있다. ‘헬스키트'도 준비했다. 건강혁명의 시작일 수 있다. 심장박동, 칼로리 소모량, 혈당, 칼레스테롤 등을 측정해 기록한다. 혈액형, 알러지 등을 기록한 비상카드를 만들 수 있다. 이 비상카드는 잠금화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헬스키트를 활용해 앱을 개발할 수 있고, 혈압을 측정해 의사와 자동으로 공유하는 앱을 개발할 수도 있고, 열량 소모량을 매일 측정하는 앱을 개발할 수도 있다. 건강과 운동 앱을 함께 사용하면 더욱 유용할 수 있다.

아래는 애플이 지난달 내놓은 아이폰5s TV 광고 캡처화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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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고를 처음 봤을 땐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보시다시피 피트니스 또는 운동측정 기능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WWDC 개막 직전에 왜 굳이 이런 광고를 내는지. 애플은 iOS7을 내놓을 때도, 아이폰5s를 내놓을 때도 피트니스 기능을 강조하진 않았습니다. 저는 아이폰5s를 쓰는데, 안드로이드폰이 비해 딱히 이 기능이 나은지는 모르겠습니다.

광고 마지막에 나온 ‘하드웨어가 필요할 수도 있다 (Hardware may be required)’란 문장 뜻도 아리송했습니다. 하드웨어가 필요할 수도 있다? 어떤 하드웨어? 아이폰5s에 피트니스 앱 깔고 관련 기기 연결하면 ‘생각보다 파워풀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애플 자신이든 써드파티든 새 하드웨어도 내놓을 테니 기대하라는 뜻은 아닌지.

애플이 전 세계 운동/건강/의료 기업들과 함께 혁명을 추진한다 해도 일부 기능, 일부 기기는 직접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폰/패드/터치와 연동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겠죠. 웨어러블 시대에 하드웨어를 만들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니혼게이자이는 6일 애플이 올 가을에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을 거라고 실리콘밸리발로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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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 기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애플이 건강을 측정하는 손목시계형 기기를 10월쯤 내놓는다. 소식통에 따르면 서비스에 관해서는 좀더 구체화해야 하지만 기기 스펙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휘어진 OLED 터치스크린을 채택하고, 건강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게 된다. 열량 소모량, 수면활동, 혈당, 혈중 산소 레벨 등. 폰에서 보낸 메시지도 읽을 수 있다.

부품 제조사들에 따르면 애플은 월간 300만~500만대를 생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시계형 기기 판매대수보다 많다. 애플이 많이 팔릴 것으로 확신하는 것은 메이요 클리닉, 클리브랜드 클리닉 등 유명한 병원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하기 때문이다. 나이키와도 협력한다. 애플과 나이키는 장차는 서비스를 통합할 것 같다고 한다.

건강 추적 서비스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예를 들어 구글도 2008년 ‘구글헬스’란 것을 내놓은 적이 있다. 메이요 클리닉 사람은 이에 대해 모바일 기기 사용편의성이 부족했고 의료기관 간의 협업이 잘 안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 OS(iOS8)는 다른 기업들이 개발한 앱을 통해 수집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잘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됐다.

삼성과 소니는 제품을 먼저 내놓아 앞서가려 하지만 애플이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웨어러블 기기는 가격이 2만엔(약 20만원)을 밑돈다. 애플이 내놓을 새 기기는 이 가격을 웃돌 것 같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떠난 후 혁신 정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고 애플 경영진은 올 하반기에 새 카테고리 제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간추리자면, 애플이 내놓을 ‘헬스'는 단순히 하나의 앱이 아니고 써드파티들이 만든 각종 건강/운동/의료 앱들을 아우르는 플랫폼이다, 일종의 앱스토어다, 애플은 써드파티들과 힘을 결집해 ‘건강혁명' ‘의료혁명'을 추진한다. 이런 얘깁니다. 혁명이 성공하려면 많은 써드파티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야겠죠. 애플의 시도는 과연 성공할까요?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