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4일 화요일

구글 I/O 기조연설 하는 순다 피차이 부사장은 누구?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14’가 하루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는 (1) 안드로이드 다음 버전, (2) 안드로이드TV, (3)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한 기기... 이 세 가지가 핵심입니다. 안드로이드 다음 버전을 내놓는다면 파편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안드로이드TV는 과거의 구글TV와 어떻게 다른지, LG G워치는 살 만한지... 주목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 기조연설을 하는 순다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부사장입니다.

순다 피차이. 1972년 인도 타밀 나두 생. 카라그푸르 인도기술대(IIT)에서 기술학사, 은메달 졸업. 미국 스탠포드에서 석사(M.S.),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MBA. 맥킨지에서 잠깐 일하다가 2004년 구글에 입사. 구글 툴바, 크롬 브라우저, 크롬 OS, 크롬북, 구글 드라이브, 구글앱스 담당. 작년 3월부터는 앤디 루빈 대신 안드로이드까지 맡아 구글 창업자/CEO 래리 페이지의 오른팔 역할. 결혼 했고 1남1녀를 두고 있다. (위키피디아)

보시다시피 피차이는 인도기술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뒤 스탠포드와 와튼을 나온 이른바 ‘문무 겸비 인재'입니다. 작년 말 금년 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CEO 후보로 막판까지 이름이 거론됐죠. 그때 함께 거론됐던 사람이 현 CEO인 사트야 나델라인데 나델라 역시 인도 사람입니다. 구글에는 순다 피차이와 최근 구글을 떠난 빅 군도트라 말고도 니케시 아로아, 아밋 싱할 등 인도계 부사장(SVP)이 두 사람 더 있습니다.

순다 피차이. 저는 2년 전 서울 강남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피차이 부사장을 인터뷰 한 적이 있습니다. 깡 마르고 훤칠하고… 약간 수줍어하는 인상… 그때 크롬북에 관해 물어봤는데 “인도에 계신 부모님한테 크롬북을 드렸는데 문제 없이 잘 쓰고 계신다"고 답변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정리한 피차이에 관한 글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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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페이지, 오른팔을 찾다. 래리 페이지가 오늘 당장 구글 CEO에서 물러난다면 의심할 여지 없이 순다 피차이가 그 자리를 메울 것이다. 두 달 전 왓츠앱 CEO 얀 쿰이 회사를 페이스북에 190억 달러에 팔려고 하자 래리 페이지가 팔지 말라고 설득했는데 그때 페이지와 함께 간 사람은 소셜 서비스 담당 빅 군도트라가 아니라 피차이였다.

작년 가을 페이지가 가정자동화 하드웨어 스타트업인 네스트를 인수하고 싶었을 때 네스트 CEO 토니 파델을 설득하려고 보낸 사람 역시 피차이였다. 수 년 전만 해도 피차이가 이렇게 뜰 것이라고 생각 못했다. 주위에는 피차이보다 파워가 센 동료들이 많았고 피차이는 트위터 간부로 갈까 생각도 했다. (The Information 사이트에 공개된 내용.)

비공개된 내용은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요약한 걸 소개합니다.

피차이는 2004년 구글에 입사한 뒤 구글 툴바 PM(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기 시작. 매력적인 역할은 아니었다. 그러나 피차이는 다른 회사들과 강한 연대를 형성하는 능력을 보여줬고 2006년쯤 인터넷 사용자 4명당 1명꼴로 툴바를 쓰게 만들었다. (2008년엔 크롬 브라우저 런칭). 마리사 메이어(현 야후 CEO)가 디렉터(PM 담당)로 기용했고, 페이지는 2011년 CEO로 복귀한 뒤 피차이를 부사장(SVP)으로 발탁했다.

피차이는 이제 중요한 회의가 열릴 때 페이지의 오른팔 역할을 한다. 구글 직원들은 피차이가 기술적 비전을 가진 사람이 아닌 데도 그를 차기 CEO 감으로 생각한다. 피차이는 스티브 잡스 후계자인 팀 쿡(애플 CEO) 같은 사람이다.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원대한 창의적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직을 어떻게 이끌지 안다는 점에서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스티브 발머를 이을 후임 CEO를 물색할 때 피차이한테도 손길을 뻗쳤다. 트위터 역시 2011년 제품 책임자로 피차이를 영입하려고 했다.

피차이는 팀 플레이어다. 다른 간부들과 함께 일할 때 굴복시키려고 하지 않고 협력하며 일하는 스타일이다. 아울러 강단 있는 리더(emphatic leader)로 알려졌다. 마리사 메이어 밑에서 일할 때 메이어 사무실 밖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려 메이어가 피차이 팀에 좋은 점수를 주도록 확신을 갖게 했다. 피차이는 부하직원들이 정당한 대접을 받기를 원했다. 임원이 된 후에도 짬을 내 부하직원들과 오랜 시간 회의를 갖기도 했다.

피차이 팀은 2008년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았다. 당시에는 사파리를 만드는 애플이나 파이어폭스를 만드는 모질라 등도 구글 파트너였는데 구글이 경쟁 상품을 내놓으면서도 이들과의 관계를 공고히 유지하기란 쉽지 않았다. 피차이는 외교적으로 이 일을 풀었다.

피차이는 힘을 쓸 줄도 안다.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 열린 CES에서는 긴장감이 팽팽한 미팅이 많았다. 삼성 모바일 제품 책임자와 협상할 때는 삼성과의 휴대폰 파트너십을 끝낼 생각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순둥이 같은 피차이가 이런 협박을 했다니…)

피차이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는 크롬북을 주력 제품으로 정착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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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입니다. 두 가지만 덧붙일까 합니다. 첫째는 크롬북. 이건 마이크로소프트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크롬북은 ‘윈도 아성'을 허물 수 있는 트로이목마가 될 수도 있고 변방의 '실패한 독립투쟁'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현재는 주요 노트북 메이커들이 대부분 크롬북을 만들고 있고 구글이 대용량 클라우드 스토리지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어서 일단 기선을 잡은 형국입니다.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둘째는 구글과 삼성의 협력-경쟁 관계입니다. 위 글에도 언급돼 있다시피 삼성 입장이 난감합니다. 하드웨어는 중국 메이커들이 추격해 오고 있어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로 차별화해야 하는데, 구글 울타리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타이젠 독립운동’도 그렇습니다. 구글이 한없이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란 말이죠. 클라우드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채 서비스에서 구글과 맞서기도 어렵습니다. 삼성이 과연 어떤 해법을 찾을지 궁금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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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마무리하고 나서 보니 비즈니스위크도 순다 피차이에 관한 긴 글을 올렸습니다. 제목: 구글의 순다 피차이가 모바일에서 가장 힘센 사람이다. 앞 부분에 삼성과의 갈등을 더 강한 협력관계로 바꾼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지난 1월 CES에서 삼성이 ‘매거진 UX’를 내놓았을 때 구글로서는 난감했겠죠. ‘매거진 UX’를 구동하면 구글 안드로이드 UI는 숨겨지고 이런 식으로 파트너들이 벗어나면 구글은 실속을 잃게 되죠.

피차이는 삼성전자 모바일 책임자인 신종균 사장을 호텔에서 여러 차례 만났고, 다음달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도 만나 협상했다고 합니다. 그때 피차이는 두 회사의 얽힌 운명에 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눴고, 일단 ‘깨지기 쉬운' 평화를 도출. 삼성은 ‘매거진 UX’를 거둬들였고 양사는 새로운 협력시대 개막. 광범위한 특허 공유 계약 체결. 피차이는 “UX에서 전보다 좀더 긴밀히 협력한다"고 말했다네요.

이 일화는 래리 페이지가 왜 피차이한테 크롬과 안드로이드를 모두 맡겨 ‘모바일 세상의 최고 실력자’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만합니다. 피차이가 안드로이드까지 맡고 난 직후에 삼성은 더 노골적으로 독립하려는 움직임을 보였고 피차이는 협박과 설득으로 더 강한 ‘삼구동맹' 또는 ‘구삼동맹'을 이끌어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은 일단 독립을 포기하는 댓가로 구글 특허를 공유할 수 있게 됐으니 굴욕스럽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었겠죠.

이밖에도 비즈니스위크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많습니다. 글에 첨부한 사진을 보니 순다 피차이의 부모님이 매우 젊고 어머니가 미인이라는 사실, 피차이의 부인 역시 대단한 미인이라는 사실도 눈에 띕니다. 인도 최고 대학을 나온 뒤 스탠포드와 와튼에서 공부했다면 ‘가방끈’이 더이상 길 수 없죠. 그런데 페이지가 피차이를 중용한 건 학력 때문이 아닙니다. 문무(이과+문과)와 리더십과 협상력을 갖췄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위크는 구글이 이번 구글 I/O에서 킷캣(안드로이드 4.4) 후속 버전을 공개할 거라고 썼습니다. 그게 ‘롤리팝'이 될지 ‘레몬헤드'가 될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글이 너무 길어져 피차이에 관한 소개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짬이 나면 인포메이션 글 또는 비즈니스인사이더 글과 비즈니스위크 글을 직접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