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5일 수요일

입사 10년만에 '구글 2인자' 된 순다 피차이...강점이 뭐길래

얼마 전에 ‘구글 2인자'가 된 순다 피차이에 관해 블로그에 소개한 적이 있는데, 신문 독자용으로 써 봤습니다. ‘구글 2인자'이지만 안드로이드와 크롬으로 세계 모바일 혁신과 웹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라서 어느 기업의 2인자와는 전혀 다르죠. 이번에는 피차이가 어떤 강점이 있기에 그런 위치에 올랐는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신문에 게재한 내용을 그대로 옮깁니다. (한국경제신문 2014년 11월4일자)



순다 피차이. 1972년생. 한국나이 마흔셋. 구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래리 페이지가 최근 총괄책임자로 임명한 인도계 부사장이다. 페이지는 크롬, 안드로이드, 구글앱스 등 기존 3개 부문 외에 연구개발, 검색, 지도, 구글+, 커머스 및 광고, 인프라 등의 부문도 피차이가 총괄하게 했다. 피차이가 ‘페이지의 대행’이자 ‘구글 2인자’가 된 셈이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로 모바일 스마트폰 혁신을, 크롬으로 웹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모바일 검색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이런 기업의 2인자치고는 너무 젊고 경력이 일천하다. 피차이가 뜨면서 빅 군도트라, 니케시 아로라 등 인도기술대(IIT) 선배 부사장 두 사람이 구글을 떠났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도 결국 구글을 떠나기로 했다.

◈구글 직원들이 밝힌 피차이의 강점

피차이는 어떤 강점이 있길래 선배들을 제치고 고속으로 승진했을까? 질의응답 사이트 쿼라(www.quora.com)에는 최근 피차이의 강점을 설명한 여러 개의 글이 게재됐다. 특히 전·현직 구글 직원(구글러)들이 쓴 글이 지지를 많이 받았다. ‘순다 피차이는 구글 내부에서 어떤 평가를 받나’란 질문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글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순다 피차이)는 구글 내부에서 말 그대로 존경받고 있다. 엔지니어들도 그를 좋아하고, 프로덕트 매니저들도 좋아하고, 비즈니스 담당자들도 그럴 좋아한다. 멋진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단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고, 미래에 관한 놀라운 비전을 가지고 있고, 최고 인재를 채용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피차이의 공감능력과 협업 성향, 빠르고 정확한 판단력 등을 높이 평가한다. 전직 구글 직원은 피차이에 대해 ‘함께 일하고 싶은 최고의 사람’이라며 구글을 떠나 창업하겠다고 했을 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도와줬다’고 회고했다. 또 정치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직원이 아니라 정말로 능력 있는 직원들을 선발해 최고의 팀을 꾸린다고 썼다.

일화도 소개돼 있다. 언젠가는 회의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피차이는 듣기만 하다가 회의가 끝날 무렵 자기 의견을 말했다. 양쪽 모두가 만족할 만한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한 번은 페이지가 회의장에 들어와 비전을 말하고 나갔다. 다들 어리둥절해 있을 때 피차이가 알기 쉽게 설명했다. 피차이에 대해 ‘창업자의 마음을 정확히 읽는 간부’라고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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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에서 보여준 비전과 능력

피차이는 2004년 만우절(4월1일)에 구글에 입사했다. 10년 반만에 자신의 상사들을 추월해 이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위치까지 올랐다. 입사 초기에는 구글툴바 부문에서 일했고 특히 크롬 개발을 계기로 능력을 발휘했다. 구글툴바는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에 의존해 검색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피차이는 이런 식으로는 구글 검색이 한순간에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브라우저를 직접 개발하자고 상사들을 설득했다. 그리고 2008년 9월 크롬 브라우저를 내놓았다. 크롬은 ‘빠르고 단순하고 안전한(Speed, Simple, Secure; 3S)’ 브라우저로 인정 받아 단숨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위협했다. 스탯카운터 집계로는 크롬 점유율이 현재 48%에 달한다.

크롬은 브라우저에 머물지 않았다. 피차이는 크롬을 브라우저 기반의 컴퓨터 운영체제(OS)로 진화시켰고, 2011년 6월 이를 탑재한 노트북 ‘크롬북’을 내놓았다. 그 사이 피차이는 상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크롬 뿐만 아니라 구글앱스, 안드로이드까지 맡게 됐다. 그리고 이번에 별동대인 구글X와 자회사 유튜브를 제외한 구글 제품 전반을 맡게 됐다.

피차이는 인도 남동부 공업도시 첸나이에서 태어나 명문 대학인 인도기술대(IIT)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포드에서 재료공학 석사과정을 끝낸 후 반도체 회사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스에서 잠깐 일했고, 펜실베니아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뒤 2004년까지 뉴욕에서 매킨지 컨설턴트로 일했다. /김광현 IT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