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6일 화요일

김봉진의 '디자인 경영'..."직원을 먼저 만족시켜라"

‘배달의민족’이라는 음식배달 서비스를 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지난 22일 한양대에서 ‘디자인 경영’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한양대 ‘벤처실천전략' 강좌를 맡고 있는 디캠프가 강사로 김 대표를 초청했다. 축제가 한창인 데다 금요일 오후라서 수강자가 적을까 은근히 걱정했는데 300명을 수용하는 강당이 거의 다 찼다. 김 대표 강연은 ‘창의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강연 내용 일부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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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용이 배달의민족 대표인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광고. 김수현이나 전지현을 모델로 기용할까 생각도 했는데 안됐다. 류승용은 선뜻 받아줬다. 결과적으로 우리와 너무 잘 맞는다. ‘신의 한 수'란 말까지 들었다. 지난해 각종 광고대상을 받았다. 그러자 우리를 광고대행사인 줄 아는 사람도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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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에서 2등은 의미가 없다. 1등 하는 요령이 있다. 예를 하나 들겠다. 샴푸 시장에서 1등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시장을 좁히면 가능하다. 서울 샴푸 시장. 이것도 어려우면, 서울 남자 고등학교 샴푸 시장. 이것도 어려우면, 서울 남자 고등학교 비듬 억제 샴푸 시장… 이런 식으로 좁히면 1등을 할 수 있다. 마케팅 할 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 들면 아무도 만족 못하고 아무도 쓰지 않는 서비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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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카페베네 답십리점에서 창업했다. ‘주식회사 배달의민족’이라고 쓰고 싶었는데 이미 상표등록이 돼 있어서 등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용감한형제들’이라고 지었다. 그때 생각하길, 왜 회사 이름이 ‘삼성'이어야 하고 ‘LG’여야만 하나? (음악 하는 사람들은) 용감한형제들, 신사동호랭이… 이런 걸 쓰는데 우리도 쓰면 안되나? 그래서 (용감한형제들을) 패러디해 ‘우아한형제들’이라고 지었다. 큰 뜻은 없었다. 초기에는 혼선도 많았다. (수신자가) ‘우아한 형님'이라고 씌인 택배를 받기도 했다.

고객 만족이 최고의 마케팅이다. 고객을 만족시키려면 먼저 직원을 만족시켜야 한다. 인터널 마케팅. 우리는 자신이 사랑을 받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본능적으로 안다. 분식집에서 라면을 먹으면 정성 들여서 끓였는지 대충 끓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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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인터널 마케팅이 중요하다. 우리는 2011년에 ‘버켓 리스트’란 걸 만들어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회사가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 열거한 목록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때 끝났는데 70% 정도 달성했다. 지금은 ‘버켓 리스트 2.0’을 진행하고 있다. 사옥을 짓는다면 어떤 사옥이 될른지 모델링 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회의실에 대해서도 고민해 봤다. 회의란 무엇인가? 회의실이란 무엇인가? 고민이 없으면 그냥 공간에 의자 놓고 회의를 한다. 사진(아래)을 봐라. 누가 팀장일 것 같냐? 창의적인 회의를 할 때는 제3자가 들어왔을 때 누가 보스인지 모를 정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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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스타 플레이어가 나오지 않게 경계를 많이 한다. 좋은 아이디어는 많은 사람들이 만든 것이다. 축구에 비유하면 패스만 해 주는 선수도 있고 골을 넣는 선수도 있다. 골만 넣는 선수 10명으로 팀을 채우면 팀이 안 돌아간다. 회사에서는 연결해주고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주의깊게 보고 도와준다. 아이디어를 낸 직원한테 포상하진 않는다. 여러 사람이 같이 참여했는데 한 사람한테 상을 주면 소외감 느끼지 않겠느냐. 상 받은 사람은 자기만 잘난 줄 알 테고.

우리가 만든 글꼴은 70년대 80년대 간판 스타일이다. 한나체. 안 이쁘다. 그게 우리 글꼴의 특징이다. 한나는 큰딸 이름이다. 둘째는 주아. 다섯살. 나중에 커서 “왜 언니 글체만 있냐?’고 할까봐 주아체도 개발했다. 캔디크러시 광고에 나오는 글씨, 알바몬 광고에서 ‘이런 시급' 글씨가 주아체다. 매년 폰트를 하나씩 개발해 배급할 예정이다. 올해는 도현체를 개발하고 있다. ‘도현’은 우리 회사 직원 자녀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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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디자인'에 광고를 냈다. ‘잘 먹고 한 디자인이 때깔도 좋다'. 이런 카피였는데 월간 디자인 담당자가 이걸 보고 깜짝 놀랐다. 이때부터 잡지마다 거기에 맞는 배달 스토리를 담은 광고를 내기 시작했다. ‘경희야, 넌 먹을 때가 젤 이뻐’. 이 카피가 나온 사연은 이렇다. 우리 회사 주부 엔지니어한테 “언제 신랑이 이쁘다고 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고 했다. 그래서 카피로 채택했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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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끝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업의 끝은 안하는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망하지 않을 수 없다. 영원히 남을 수 있는 것은 문화다. 건강한 조직문화,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회사 왔을 때 더 즐겁고, 긍지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대기업 다니는 분들 회사 자랑 안한다. 이건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 회사에는 구성원들을 돌봐주는 팀(피플팀)이 따로 있다. 평소 야근하는 것과 딸 생일에 야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이런 세세한 것까지 챙겨주는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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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대표 강연의 일부를 옮겼다. 강연을 들으면서 직원들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 많이 배려한다는 걸 느꼈다. 조직문화와 팀 플레이를 중시한다는 말도 인상적이었다. 강연이 끝난 직후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중년의 여자분이 강단 앞으로 나와 “김 대표님 팬"이라며 마구 들이댔다. 한참동안 질문을 했고 한참동안 김 대표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 바람에 질문하려고 대기하던 학생 일부가 그냥 돌아가기도 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