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4일 월요일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 “여행업계 에어비앤비 되겠다”

패키지 상품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는가? 좋았는가? 값이 싸서 택했는데 자꾸 쇼핑을 강요해 짜증나진 않았는가? 그렇다고 배낭여행을 하기엔 위험이 크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고… 제대로 된 해외여행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젊은이가 있다.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다. 3년 전 여행객과 가이드를 직접 연결해주는 마이리얼트립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대표는 최근 한양대에서 자신의 창업 스토리를 얘기했다. 대학교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창업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는 얘기, 군복무 시절 총기사고로 목숨을 잃을 뻔 했고 그때 생각을 바꿨다는 얘기, 교환학생으로 독일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사업계획을 말했다가 핀잔을 들았다는 얘기, 여행 분야에서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 여행을 통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게 목표라는 얘기 등을 했다. 이 대표의 강연 내용을 간추린다. 디캠프+한양대의 '벤처실천전략' 과목 강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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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파리 미식 투어 동영상'을 틀었다. 파리에서 파티쉐로 일하는 분이 여행 가이드로 활약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었다. 파리 여행 가서 맘에 드는 레스토랑 찾기도 어렵고 프랑스어를 읽을 줄 몰라 주문하기도 힘들지 않겠냐, 그런데 파티쉐로 일하는 분이 가이드 해 준다면 훨씬 쉽지 않겠다고 했다. 동감.


이어 기존 여행상품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여행업의 본질은 유통업이다"고 했다. “H여행사 여행상품이라고 해도 H여행사가 다 하는 게 아니다, 하청을 맡기고 재하청을 맡긴다, 여러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는다, 그런데도 싸게 팔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현지에서 쇼핑을 통해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 여행자는 싼 줄 알고 갔다가 당했다고 생각하고, 가이드는 자존심 상하고 자부심도 잃는다.”


이 대표의 설명. 여행을 혁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여행자와 현지 가이드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현지인과 함께 ‘진짜 여행(real trip)’을 즐길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이렇게 혁신하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맞춤여행도 가능하다. 런던 가서 첼시 축구경기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여행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다. 그 여행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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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얼트립에서는 앱을 통해 여행자가 가이드를 선택한다. 가이드는 현지에서 생업으로 가이드 하는 분도 있고, 학생 요리사 회사원 교사 등 다양하다. 재밌는 백그라운드가 있는 분들이 많다. 바르셀로나 ‘가우디 투어’에서는 건축학 박사가 안내한다. 수준이 다르다. 가이드가 여행을 직접 기획한다. 마이리얼트립은 개입하지 않는다. 중개만 잘 하면 된다. 여행은 한 시간짜리도 있고, 7박, 8박짜리도 있다.


마이리얼트립의 타깃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3, 40대였다. 지금은 다르다. 2, 30대가 주를 이룬다. 직장에 갓 들어간 젊은이들은 여행을 여유롭게 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회사에서 말단으로 시달리다 보니 힐링 하려고 여행을 떠난다. 여행에 돈 쓰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왜 마이리얼트립을 쓰느냐?”고 물으면 “편해서"라고 답한다. 믿음직한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으니 안심하고 떠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이리얼트립은 2012년 7월 한국인 아웃바운드 서비스부터 시작했다. 나는 여행 분야에서 에어비앤비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여행 1등을 해 보자고 했고 궤도에 올랐다. 다음달에는 아시아권에 진출한다. 일본인이 대만 갈 때, 싱가포르 사람이 서울 올 때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하게 하려 한다.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게 마이리얼트립의 목표다. 지금까지 4300개의 여행 후기가 들어왔다. 무엇이 필요한지 알려고 일주일에 한 번씩 고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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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사업을 시작했느냐?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대학교 3학년 때까지는 사업은 절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략 컨설팅을 해 보고 싶었고 거기에 맞춰 준비했다. 2학년 마치고 입대했는데 사격할 때 탄창 넣어주는 총기탄약관리병이었다. 그런데 총기 사고가 터져 죽을 뻔 했다. 스물두 살. 그때 크게 느꼈다. 오늘 참거나 내일로 미루지 말자. 젊은 날에는 뭔가를 참으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훗날을 위해 참고 미루곤 한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운명이 끝나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래서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했다. 교환학생으로 독일도 다녀왔다.


독일에서 친구들과 토론한 적이 있다. 한 사람씩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당시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던 때라 나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계획을 들려줬다. 난 매킨지에 들어가 전략 컨설팅을 3년 할 거야, 스탠포드 가서 MBA도 할 거야, 그 다음엔 실리콘밸리에서 인맥을 쌓고, 귀국해 삼성전자에서 해외 세일즈도 경험할 거야, 이걸 바탕으로 내 사업을 할 거야. 이렇게 말했는데, 다들 “실망했다”고 했다. “사업 하고 싶다면서 왜 그렇게 빙 돌아가냐”는 거였다. 지금 사업을 시작하면 15년 고생을 해도 30대가 아니겠냐. 니가 말한대로 하면 시작 자체가 40대 아니냐.


그때 깨달았다. 사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빙빙 돌려고 했다는 것을.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귀국하자마자 사흘만에 사업자 등록을 했다. 대학교 3학년 때였는데 음악 사업을 1년쯤 했다. 그런데 잘 되진 않았다. 그래서 사업을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넘기고 새로운 사업을 하게 됐다. 그게 바로 마이리얼트립이다. 두번째 사업이다.


마이리얼트립 사업을 시작한 뒤 파리에 갔는데 퐁네프 다리에서 한국인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하는 게 보였다. 졸졸 따라가면서 지켜봤는데 마이리얼트립 가이드였다. “누구냐?”고 묻길래 “마이리얼트립 직원”이라고 했더니 질문이 쇄도했다. “아들이 마이리얼트립에 관심이 많다”면서 “밥이라도 같이 먹자"는 사람도 있었고, 이천에 사는 분은 나중에 쌀 한 포대를 보내왔다. 타이베이에서도 마이리얼트립 가이드를 맞딱뜨렸다. 그날은 세 차례나 마이리얼트립 가이드를 만났다. 이럴 때 사업에 대해 확신하게 됐다. 마이리얼트립을 잘 이용했다는 고객 후기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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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관련해 4단계로 내 생각을 얘기하겠다.


스텝 1. 팀 구성. 천재도 사업은 혼자는 못한다. 여러분은 아무래도 대학생 인맥에서 함께 사업할 사람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때 실수할 수 있다. 진지하게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술 마시다가 “나도 할께"란 말만 듣고 팀원 찾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게 아니다. 함께 하려는 사람은 나 만큼 고민을 많이 한 사람이어야 한다. 사업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과 사업을 같이 한다? 우리가 무얼 하려는지도 잘 알지 못하는 사람과?


스텝 2. 비즈니스 모델을 확실하게 정립하기.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면 ‘사업놀이'에 불과하다. 대학생들은 사업을 놀이처럼 하기 쉽다.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는 게 대학생 창업의 강점이면서 약점이다. 이걸 피하려면 고객이 누구인지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어떤 고객을 잡을지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실수를 많이 한다. 고객을 뭉뚱그려서 잡기 쉽다. 그냥 “커피", 그냥 “힙합"... 이런 식이다. 현재 무엇이 문제인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은 뭔가? 그 대안은 효과적인가? 고객들이 그 대안을 택할 만큼 현재의 문제는 심각한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스텝 3. 제품/서비스 개발하기. 피드백을 받으면서 신속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린 스타트업. 첫번째 제품을 빨리 만들고 피드백 받고, 그 피드백으로 두번째 제품을 빨리 만들고 피드백 받고, 그 피드백으로 세번째 제품 빨리 만들고 피드백 받고… 이런 식으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스텝 4. 자금조달. (이 부분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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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강연을 끝낸 뒤 학생들이 심플로우로 작성한 질문을 훑어보며 하나씩 답변했다. ‘가이드를 신뢰할 수 있냐?’, ‘고객과 가이드 간 외부거래를 어떻게 막나?’, ‘직원들 연봉은 얼마나 되나?’, ‘부전공으로 공부한 심리학이 사업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도시 셋만 들라면?’ 다양한 질문이 들어왔다. 수업이 끝난 뒤에도 10여명의 학생이 기다렸다가 이 대표랑 얘기를 나누고 나갔다. 학기 초만 해도 질문도 않고 네트워킹도 않더니…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마이리얼트립 링크합니다.) [광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