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3일 일요일

이세돌-알파고 대결의 최대 수혜자는 대한민국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구글 정말 대단하다”, “스타트업(딥마인드)을 인수해 2년만에 알파고로 바둑 최강자를 꺾다니", “딥마인드 창업자도 대단하다며?”... 등등. 알파고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서 2014년 1월 구글이 영국 런던 소재 딥마인드를 인수했을 때 가디언이 어떻게 보도했는지 읽어봤다. (메모가 길어져서 블로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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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딥마인드를 인수한다. 딥마인드는 기계학습, 첨단 알고리즘, 신경과학 시스템 등에 특화돼 있는 AI 기업이다. 구글이 4억 파운드(현재환율로 670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안다. 딥마인드는 전자상거래와 게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고,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연한 바 있다. 인간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딥마인드는 설립된지 2년밖에 안됐다. 어린 시절 “체스 천재”였던 신경과학자 데미스 하사비스(1976년생)가 설립했다. 그동안 구글을 비롯한 주요 AI 기업들과 경쟁을 벌였는데, 구글 CEO(당시)인 래리 페이지가 이번 (딥마인드) 인수를 지휘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페이스북도 2012년 12월 딥마인드를 인수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구글의 AI 기업 인수는 처음은 아니다. 최근 스마트 온도계를 만드는 네스트를 인수했고, 2013년에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등 로봇 기업들을 여럿 인수했다. 구글에서 로봇과 AI는 "안드로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앤디 루빈이 이끄는데(현재는 퇴사) '문샷(moonshot)' 로봇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은밀히 인수한 7개 테크 기업들을 결합했다.

딥마인드 창업자인 데미스 하사비스. 90년대 중반 게임 개발사 불프로그에 들어갔다. 열일곱살 때는 전설적인 기획자 피터 몰리넉스와 함께 테마파크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어 불프로그를 떠나 캠브리지 대학에 들어갔고 1997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라이언헤드 스튜디오에 입사해 AI 프로그래머들을 지휘한 적도 있다. 1998년 엘릭시어 스튜디어라는 게임 개발사를 직접 설립했고, 2009년에는 유니버시티 컬리지 런던에서 인지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엔 학계를 떠나 딥마인드를 설립했다. 기사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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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에 대해 '구글이 최대 수혜자'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최대 수혜자는 대한민국이 아닐까 싶다. 강바닥 팔 줄만 알고 한때 개발자들을 치킨집으로 내몰았던 대한민국이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에 눈을 떴다는 것만으로도 한국은 땡잡은 거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게임을 ‘마약'으로 보는 시각부터 달라졌으면 좋겠다. 게임도 담배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게임은 그냥 게임이 아니다. 알파고 만든 하사비스는 어린 시절 체스 천재로 불렸고 게임 개발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 게임을 즐기던 천재들이 커서 로봇을 개발하고, 자율주행차를 개발하지 않겠는가. 한때 “온라인게임 종주국”을 자처하던 한국이 왜 중국 게임을 퍼블리싱 하는 신세로 전락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창업의 중요성,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구글이 뜬 것은 핵심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들을 인수해 그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전략이 먹혔기 때문이다. 안드로이드를 인수해 스마트폰 혁명을 주도했고,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 혁명을 선도하고 있고, 딥마인드를 인수해 이세돌을 꺾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삼성페이도 루프페이를 인수해 개조한 것이다. 삼성이 삼성페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 했다면 10년 가도 애플페이, 알리페이를 이기지 못할 거라고 본다.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상생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창업을 통해 혁신하는 기술 스타트업이 많이 나와야 하고, 대기업은 제값 주고 인수해 자기네 상품/서비스를 혁신해야 한다. 인재나 빼가고 아이디어를 훔치면서 입으로만 "상생경영"을 떠드는 식으로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 며칠 전 미국 GM이 자율주행 핵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0억 달러(1조1885억원)에 인수했다. 한국에서도 창업 2년만에 1천억원, 1조원 받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한테 회사를 넘겼다는 기사가 대수롭지 않게 나와야 한다.

이세돌이 세 판 내리 졌다고 속상해 할 필요 없다. 생각하기에 따라 이번 이벤트 최대 수혜자는 대한민국일 수 있다. “강남 아줌마들 사이에서 민사고보다 인기 있는 게 알파고”라는 농담도 들린다. 알파고에 대한 생각이 게임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고, 창업 생태계의 선순환,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 생태계 조성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광파리)